영화추천... 추억의 명화

빙고! by 한스 란다

로더리고 2020. 11. 24. 15:16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 2009 제작

 

미국 외 | 액션 외 | 2009.10.28 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152분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크리스토프 왈츠, 멜라니 로랑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일반적인 전쟁 영화가 아닌, 타란티노 식대로 나아가는 영화이며 브래드 피트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고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나치를 제대로 찢는 영화입니다. 제목은 'Basterd'는 'Bastard'가 원단어로 일부러 두번째 'a'대신 'e'를 넣은 오타가 맞는데 "쪽팔린줄 모르는 개자식들" 정도로 의역이 가능하며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 갇혀 버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의 방식으로 한껏 비꼬는 작품입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며 타란티노 영화 중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렸고 미국 흥행수익은 1억 2054만 719달러(해외 흥행수익은 2억 달러)로 타란티노 감독 이전 최고 흥행작인 《펄프 픽션》이 거둔 1억 792만 8762달러(해외 흥행 1억 8백만 달러)를 앞질렀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통해 화끈한 액션 전쟁 영화처럼 홍보를 해놔서 타란티노 스타일을 모르는 관객들이 많이 낚이기도 했지만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액션보다는 오직 수다위주라서 타란티노의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수준 높은 대사가 피어내는 긴장감은 오히려 배가 되며 서로 독립된 것처럼 보였던 챕터들이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는 플롯과 엔딩의 치밀함에서 최고의 오락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이지만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는 영화 매체 콜라이더 선정 다크 나이트의 조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에 이어 21세기 최고의 악역 3위로 뽑히며 슈퍼스타 브래드 피트가 묻혀버린 최고로 매력적이고 인기넘치는 악역 캐릭터이자 사실상 진짜 주인공입니다.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의 특징은 바로 언어인데 그는 모국어인 오스트리아 사투리 억양이 들어간 독일어를 포함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의 4개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천재로 묘사되는데 발츠는 실제로 란다처럼 4개 국어를 자유롭고 고급스럽게 사용하고 추가로 라틴어까지 구사하며 특히 프랑스어 실력은 거의 원어민 수준이라 이 작품의 프랑스어 더빙을 직접 했습니다.

 

한스 란다의 모델로 헤르만 기스케스(Hermann Giskes)라는 실존인물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는 한스 란다와 유사한 인격을 가졌던 인물로, 친위대 소속이 아닌 독일 국방군 정보부(아프베어)에서 일했습니다. 대화 시에는 항상 깔끔하게 예의를 차리고 순하게 싱글싱글 웃는 넉살 좋은 인상과 함께 자연스레 능청을 떨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비수를 꽂아 상대방을 서서히 말려죽이는 조용하고 음흉한 카리스마로 한스 란다라는 캐릭터를 영화 역사상 최악의 빌런중에 하나로 만듭니다.

 

 

2010 아카데미에서는 <허트 로커>와 <아바타>에게 대부분의 상을 빼앗기고 남우조연상 하나만 수상을 했는데 타란티노 감독은 오스카 각본상을 <허트 로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아쉬워했지만 왈츠가 상을 탈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타란티노였고, 왈츠 역시 수상 소감에서 항상 타란티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합니다.

 

 

당초 란다 대령 역에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인 사람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지만 타란티노는 독일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배우가 그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없이 오디션을 거친 끝에 오스트리아 출신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기회가 갔고 오디션 후 타란티노 감독은 "왈츠가 왈츠를 추며 내게 다가왔다"라고 기뻐했으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62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82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BAFTA,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 등 그 해 수상식을 평정합니다. 이후 디카프리오는 타란티노와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만나 악역에 대한 한을 풀게 되고 왈츠 또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명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게 됩니다.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에서도 명연기를 펼친 크리스토프 왈츠

 

다섯 개 챕터에 걸쳐 타란티노의 장기인 끝없는 수다가 펼쳐집니다. 특히 게슈타포와 유대인, 또는 미국 스파이 사이의 정체를 캐내기 위한 설전이 백미인데 언어가 정체 은닉의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배우들도 모두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크리스토프 발츠는 원래 능통했던 3개 국어에 이탈리아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상대편을 철저히 농락하는 연기가 압권입니다.

 

 

홍콩배우 장만옥이 이 영화에 출연했었습니다. 쇼사나가 극장에서 일할 때 '마담 미미유'가 원래 극장 주인이었다고 나오는데 이 미미유 역을 장만옥이 맡았지만 이야기 전개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삭제되었습니다.

 

슈트루델에 들어있는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임으로서 쇼사나를 유대인으로 떠보는게 아니냐는 말이 많은데, 이는 낭설에 불과한 것이 슈트루델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그 슈트루델이 고기가 들어간 것인지 알 수도 없거니와, 저 당시에는 슈트루델 자체에 돼지기름인 라드가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흔했기 때문에 유대교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손대지 않았을 음식이라고 합니다. 감독이나 배우 또한 정확히 이 장면은 이런 뜻이 담겨져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작중 연합군과 독일군의 복제나 장비, 병기 등의 재현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인데 SS의 구형 검정 정복 한스 란다와 같은 주요 인물의 경우에는 근무복 차림의 약장과 예복 차림의 정장까지 하나하나까지 올바르게 구현하였습니다.

 

 

 

 

That's a bingo! 빙고!

천진난만하고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비수를 꽂아 상대방을 서서히 말려죽이는 최고의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