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추억의 명화 리뷰/90년대

<여인의 향기> 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로더리고 2025. 7. 4. 00:00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 1992 제작
 
미국 | 드라마 | 1993.03.20 개봉 | 15세이상 관람가 | 157분
 
감독 마틴 브레스트
 
출연 알 파치노, 크리스 오도넬, 제임스 렙혼, 가브리엘 앤워
 

 

 


<비버리 힐스 캅>, <미드나이트 런>의 마틴 브레스트가 감독을,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 알 파치노가 주연한

 

<비버리 힐스 캅> 리뷰 참고
 
<미드나이트 런> 리뷰 참고
 

마틴 브레스트와 알 파치노

 

암흑속 한줄기 빛만을 의지한채 살아왔고 괴팍하고 차갑기 그지없지만 그 어떤 값비싼 향수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가장 사람다운 삶을 살고싶은 어느 눈먼 장교의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걸작 휴먼 드라마입니다.

 

시각장애를 지닌 퇴역 군인과 청렴한 청년이 함께한 짧은 여정을 통해, 존엄, 용기,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진중하게 풀어내며 겉으로는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자기 파괴와 구원, 책임과 선택, 진정한 남성성에 대한 성찰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고향에 가기 위해 부활절 연휴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 분)는 교내 아르바이트 게시판을 보고 찾아간 집에서 퇴역한 장교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 분) 중령과 만나게 된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슬레이드의 괴팍한 성격에 찰리는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말 동안 슬레이드 중령을 돌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그날 밤 찰리는 교내 말썽에 휘말리면서 교장으로부터 곤란한 요청을 받는다.

 

한편, 조용한 주말 아르바이트를 기대했던 찰리의 생각과는 달리, 슬레이드 중령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비밀스러운 뉴욕 여행을 감행한다. 얼떨결에 슬레이드 중령과 함께 뉴욕에 온 찰리. 슬레이드는 최고급 호텔, 식당, 리무진 사이를 오가며 어린 찰리에게 새롭고 특별한 인생 경험을 시켜준다.

 

특히 향기로 여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던 슬레이드 중령은 식당에서 처음 만난 도나(가브리엘 앤워 분)에게 다가가 함께 탱고를 추자고 제안하는데...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아르피노의 1969년작 소설 「ll buio il miele, 어둠과 꿀」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니노 리시 감독의 1974년작 이탈리아 영화를 리메이크했으나

 

영화의 배경이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바뀌게 되면서 동명의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고

 

젊은 시절의 크리스 오도넬과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명연기,

 

감동적인 시나리오,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없는 밀도높은 연출 등 걸작의 조건을 모두 갖춘 영화입니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전작 <조 블랙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인간 내면의 변화를 서서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조 블랙의 사랑> 리뷰 참고

 

영화 제목인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는 중령이 삶에서 유일하게 향으로 기억할 수 있는 감각적 대상이자, 삶의 아름다움과 욕망, 상실된 인간성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그는 시각을 잃었지만, 여인의 향기라는 감각을 통해 여전히 삶의 미묘함과 인간 사이의 교감을 느끼고자 합니다. 이 점에서 제목은 단순히 관능적인 의미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감각적 기억과 존엄의 메타포로 읽히기도 합니다.

 

영화의 톤은 진지하지만 감정의 흐름은 절제되어 있어, 관객 스스로 인물의 고통과 변화에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깁니다.

 

미장센은 화려하지 않지만, 인물의 내면을 따라 조용히 흐르며 진심을 드러냅니다.

 

특히 뉴욕의 고급 호텔, 클래식 음악, 탱고 댄스홀 등은 '인생의 마지막 향기'를 음미하려는 중령의 내면을 잘 반영하는 배경으로 작동합니다.

 

탱고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시퀀스로, 단순한 낭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눈먼 중령이 아름다운 여성과 유려하게 탱고를 추는 모습은, 삶의 아름다움과 통제력, 인간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프랭크 슬레이드 중령은 단순한 ‘까칠한 퇴역 군인’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는 시각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와 존엄도 상실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영화 초반의 그는 염세적이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는 실은 내면의 상실감과 공허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인생의 마지막 ‘사치’로 뉴욕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이 여정은 예상과 달리, 그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술, 호텔, 스포츠카, 탱고, 좋은 음식 같은 향락이 그에게 순간적 위안을 주는 동시에, 그가 무엇을 잃었고 또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 모든 경험이 응축된 탱고 장면은 그가 다시금 ‘삶의 리듬’을 느끼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오도넬이 연기한 찰리 시먼스는 또 다른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장학금 학생으로, 우연히 학교 내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양심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찰리는 프랭크 중령과의 동행을 통해, 삶의 진실한 가치인 정의, 용기, 품위를 배워갑니다.

 

찰리의 캐릭터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인간됨의 핵심은 외적 성공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함'이라는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통로입니다. 그가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끝까지 진실을 지키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도덕적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프랭크가 내뱉는 연설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울림을 주며, 영화 전체의 주제를 강렬하게 압축합니다.

 

 


인정받던 군대에서 본인의 실수로 맹인이 된 자신을 비관하고 암흑 속에 갇혀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프랭크(알 파치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의 무기력함과 무의미함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우연히 며칠 함께 지낸 찰리(크리스 오도넬)의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변화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며

 

삶의 어둠에 가려진 중년의 프랭크가 순수하고 젊은 찰리를 만나서 죽지 않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묻게 되고 지금 처한 현실이 암흑일지라도 다시 꼭 힘내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가을 낙엽위를 걷는 쓸쓸함과 탱고의 선율속 삶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알 파치노의 절정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으며 제목이 오해하기 쉽게 <여인의 향기>로 표기되어서 로맨스 영화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외톨이 퇴역 장교와 고등학생과의 브로맨스 영화이고

 

특히 탱고의 선율과 함께 아리따운 여인과 춤을 추는 장면이 유명한데, 탱고 장면은 3분 정도 나오는 극의 일부분일 뿐이며

 

정작 최고의 명장면은 알파치노가 학교위원회에 출석하여 ‘누군가의 뒤에숨어 하는 교활한 짓을 감싸지말고 그에 당당히 맞서는 학생을 보호하라’는 거침없는 변론을 펼치는 장면에서 격렬하게 일침을 가하는 연기는 영화가 말하고자 한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여인의 향기>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기 합리화에 빠지기 쉽고 보다 쉬운 길만을 찾게 되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나서서 행동할 용기는 없기에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신념과 행동으로 보이는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자고 외치고 있으며 시련과 아픔이 올때마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죠' 라고 말하듯이 실수하고 깨닫고 배우고 성장해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끝없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알 파치노가 보여준 맹인 연기는 메소드 연기의 끝판왕이며, 대부분 장면에서 원테이크씬을 고수하며 장황한 대사 처리와 감정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초점 없이 화자를 바라보는 모습은 실제 그가 맹인이 아닐까 할 정도의 착각을 불러 일으켰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맹인 학교에 들어가 캐릭터를 연구했고 이 맹인 학교에서 매일 눈가리개를 하고 보행훈련 및 맹인들의 촉각-청각 등 감각을 느끼는 방식을 익혔으며 촬영이 아닐 때도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가 하면, 대화를 할 때 상대방 눈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하도 눈을 깜빡이지 않아서 안구건조증에 시달렸습니다.

 

알 파치노는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고 특히 그가 감정을 삼키며 던지는 대사들은 삶의 고통과 존엄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 결과 이 작품은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리던 그에게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알 파치노 전기> 참고

 

1993년 6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알 파치노

 

 

 

4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실패의 아픔을 딛고 5번 째에 드디어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조연상 후보까지 포함하면 7번이나 실패했지만 8번 만에 아카데미상을 따낸 그야말로 7전 8기 끝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알 파치노같은 할리우드를 포함 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연기파 배우가 이전의 명연으로 수상 받지 못하고 이 영화로 첫 수상을 했다는 것이 말도 안되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이슈가 되었습니다.


 
영화 역사상 역대급의 연기로 꼽히는 <대부> '마이클 꼴레오네'를 포함해 <형사 서피코>, <뜨거운 오후>, <용감한 변호사>, 그리고 <스카페이스> '토니 몬타나' 까지 알 파치노는 예술에 가까운 연기력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연기상을 받지못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도 이해불가의 영역이며 당장에 같은 해 찍은 <글렌게리 글렌 로스>라는 영화에서도 샐러리맨 리키 로마 역을 기가막히게 소화하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남우조연상도 수상했어야했다는 평단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상을 받았어야 하는 명연기를 펼친 때에는 외면 해놓고, 정작 전성기 시점이 지난 시절 상을 주었기에 사실상 최전성기 시절 수상의 영예를 놓친 알 파치노에게 주어지는 위로에 가까운 공로상 성격으로 인식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대부 1> 리뷰 참고
 

<대부 2> 리뷰 참고


<스카페이스> 리뷰 참고
 

 
 
 
<여인의 향기> 최고의 명장면 1
 
탱고 씬에 나왔던 여배우 가브리엘 앤워는 딱 한 장면에만 등장했던 단역이었으나 이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명장면을 만들었고 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Por una cabeza'는 가장 유명한 탱고 음악이 되었습니다.
 
Por Una Cabeza는 본래 가사가 있는 노래로 해당 곡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편곡한 버전이며 이 탱고 씬을 위해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는 2주 동안 탱고를 연습했고 촬영에는 3일이 소요되었으며 이 탱고 씬은 뉴욕 더 피에르 호텔의 볼룸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여인의 향기> 최고의 명장면 2
 
비행기 안에서 알 파치노가 찰리 심즈에게 (자기는 실명 때문에 보지 못한지 오래된) 여성의 육체에 대해 그리워하듯 찬미하는 대사가 특히 인상적인 명대사로 꼽힙니다.

“Women! What could you say? Who made 'em? God must have been a fuckin' genius. The hair... Have you ever buried your nose in a mountain of curls... just wanted to go to sleep forever? Lips... when they touched, yours were like... that first swallow of wine... Tits. Hoo-ah! Big ones, little ones, nipples staring right out at ya, like secret searchlights. Mmm. Legs. I don't care if they're Greek columns... or secondhand Steinways. What's between 'em... passport to heaven. I need a drink. Yes, Mr Sims, there's only two syllables in this whole wide world worth hearing: PUSSY!”

“여자! 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들을 누가 창조한 거지? 창조주 신은 좆나 천재인 게 분명해. 머리카락. 여인의 머릿결 속에 코를 파묻은 채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었던 적 없나? 입술은 또 어떻고... 그것과 네 입술이 맞닿는 순간, 마치 생애 처음으로 포도주를 맛보는 것 같은 황홀함을 느끼게 될 거야. 가슴. 후~아!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유두는 마치 은밀한 서치라이트처럼 너를 주시하고 있어. 다리. 그게 그리스 건축물의 기둥인지 중고 피아노인지는 상관 없네. 그 다리 사이엔 어... 천국으로 가는 여권이 자리잡고 있거든. 술 한 잔 하고싶군. 그래, 심즈군. 이 넓은 세상의 수많은 말들 중에서도 가장 듣기 좋은 두 음절의 단어가 있지. 그건 바로 "보지"야!”

 

 
<여인의 향기> 최고의 명장면 3
 
프랭크가 페라리를 모는 장면에서, 프랭크와 찰리가 시승한 차는 1989년형 페라리 Mondial t Cabriolet이며 슬레이드가 길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찻길에 뛰어들어 결국에는 쓰레기통에 부딪혀 쓰러지는 길거리 장면은 대본에 명시되지 않은 연기이며, 실제 알 파치노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바람에 그 자체로 즉흥연기가 되었습니다.

 

 
<여인의 향기> 최고의 명장면 4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프랭크의 권총 자살 미수 장면에서, 알 파치노는 크리스 오도넬을 울게 만들기 위해 촬영 전에 그를 촬영 장소 옆으로 데려가 마치 풀 메탈 자켓의 하트먼 상사처럼 그를 호되게 질책하였고 크리스 오도넬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찰리의 감정에 더욱 동화되며 역할에 확실히 몰입해 결국 본 촬영에서 두 배우는 명장면을 뽑아낸 후 둘 다 만족했다고 합니다.

 

 
<여인의 향기> 최고의 명장면 5
 
마지막 징계 회의 장면 중에 교장 트래스크가 프랭크에게 'You are out of order!'(지나칩니다!)라고 말하자, 프랭크가 'I'll show you out of order!'(지나친걸 보여주겠소!)라고 되받아치는 대사가 있는데 이 'You are out of order!'라는 대사는 알 파치노의 최종 변론 명연기로도 유명한 <용감한 변호사>에서도 나온 대사이며 알 파치노의 연기 커리어에서 기억에 남는 명대사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여인의 향기>는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를 강렬하게 묻는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감동 드라마를 뛰어넘어, 삶에 대한 성찰과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현대의 클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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