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추억의 명화 리뷰/80년대

<엔젤 하트> <파묘>와 비교거부하고<올드보이>가 추앙하는 걸작 오컬트 호러 영화

로더리고 2025. 7. 2. 06:00


엔젤 하트 Angel Heart , 1987 제작
 
캐나다 외 | 공포 외 | 2022.08 (재) | 청소년관람불가 | 113분 (재)
 
감독 알란 파커
 
출연 미키 루크, 로버트 드 니로, 리사 보넷, 샬롯 램플링

 


 
소설가 윌리엄 요르츠버그가 1978년에 발표한 '폴링 엔젤'을 원작으로

 

사회비판 명작 <미시시피 버닝>의 감독 알란 파커 특유의 연출력과 스타일리쉬한 영상미 그리고 미키 루크, 로버트 드 니로의 명연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오컬트적인 소재를 느와르와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분위기를 섞어 풀어낸 걸작 오컬트 호러 영화입니다.
 
<미시시피 버닝> 리뷰 참고
 

알란 파커와 미키 루크

 


 
두 개의 영혼. 악마인가? 인간인가? 1955년, 어느 날 ‘사이퍼’라는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은 뉴욕 사립 탐정 ‘해리 엔젤’. 세계2차대전 중 부상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12년간 병원 생활을 하다 얼마 전 실종된 가수 조니 페이버릿을 찾는 일. 사건 조사는 12년간 그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엔젤이 만난 사람들이 차례차례 시체로 발견되고 자니의 행적은 더욱 미묘해지는데…

 

 

 

정체성의 미궁에서 악마와 마주치다

 

<엔젤 하트>는 외형상 하드보일드 탐정극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어두운 조명, 연속되는 사망자, 뉴욕의 뒷골목, 냉소적인 주인공. 하지만 이 작품은 이 장르에 공포와 오컬트적 요소를 삽입하여 전혀 다른 정서적 충격을 만들어냅니다.

 

느와르 장르의 사적 탐색과 비관주의에 심리 스릴러의 정체성 해체, 오컬트 호러의 악마주의와 금기 모티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서사의 방향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며, 서스펜스와 충격을 극대화합니다.

 

 

 

해리 엔젤은 전형적인 탐정이자, 이야기 속 진실을 밝히려는 주체처럼 보이지만, 점차 그가 사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일 수도 있음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철학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인간의 정체성은 기억에 의해 유지되며, 기억이 조작되거나 억압될 경우, 인간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프로이트식 무의식 이론이 영화의 주제에 깊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이름 자체도 암시적입니다:

Harry Angel → "하얀 천사"를 의미하지만, Louis Cyphre → ‘Lucifer(루시퍼)’의 철자 유희입니다.

 

이러한 명명은 영화의 신학적 모티프와 정체성의 반전을 암시하며, 마지막 반전의 충격을 예고합니다.

 

 

 

이 영화는 신학적, 신화적 상징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루이 사이퍼는 악마적 계약자로, 인간의 영혼과 정체성을 거래합니다.

 

조니 페이버릿은 악마와 거래한 현대판 파우스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에피파니의 정체와 마지막 제물 의식 장면은 가톨릭 금기, 근친상간, 희생제 등을 오컬트적으로 풀어낸 강렬한 이미지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스릴을 넘어서, 영혼, 죄, 구원 가능성에 대한 신화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감독 알란 파커는 시각적으로 지옥의 분위기를 탁월하게 구현합니다.

 

뉴욕과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한 그림자와 땀, 피, 더위의 촉각적 미장센

 

성당, 철창, 에스컬레이터 등 종교적 상징과 폐쇄된 공간의 활용

 

반복되는 시계, 계단, 거울은 시간의 되풀이와 기억의 조작, 자아 분열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클래식 호러의 고전적인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분위기와 내러티브가 일치하는 통일감을 자아냅니다.

 

 


영화사 역대 최고의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의 악마적인 연기는 명불허전이며

 

<로버트 드 니로 전기> 참고

 

 


실제 촬영 당시 연기를 포기할 정도로 충격을 먹은 미키 루크는 마음을 다시 잡고 무심한 듯 시니컬한 연기로 그의 연기 인생중 최고의 방점을 찍었고

 

 

개봉 당시, 성적 묘사 및 폭력성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으며, 리사 보네의 파격적인 역할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코스비 가족>에서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큰 인기를 구가하던 리사 보넷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는데 과격한 노출과 연기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결국 코스비 가족에서 하차하게 됩니다.

 

 


실종된 가수를 찾는 탐정과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가 상당히 충격적이며 과격한 폭력,

 

음탕하고 요상한 성의식과 섹스 장면,

 

결말의 반전과 끝없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하고 강렬한 미장센은 이 영화가 아직까지 추앙받는 이유입니다.

 

 


실제 소와 돼지 창자와 심장을 써가며 만든 고어적 연출과 무속신앙등의 느낌이 상당히 꺼림칙하고 불길하면서 소름끼치며

 

상영당시 극장에서 영화엔딩이 끝난후 이해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 영화에 대한 해석자막을 친절하게 따로 내보낼 정도로 난해했는데 한 번 더 곱씹어 봤을때 더욱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는 숨겨진 걸작으로 재평가되며, 현재는 컬트 클래식(Cult Classic)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심리학적 스릴러와 초자연적 모티프를 결합한 드물고 독창적인 사례로, 장르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컬트 영화는 서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술이나 유령 등 설화·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에 원리나 규칙이 있다고 여기며 이를 이용하려 했던 신념을 다루는 영화를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민속학, 악마학 기반의 숭배적 장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함정 속에 주인공이 빠져버리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구마 의식을 주제로 하는 작품도 오컬트 영화로 분류되며 국내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오컬트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올해 개봉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와 함께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고 세 작품 모두 오컬트 영화로 분류되며 디테일했던 전작 <사바하>에 비해서 접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작한 <파묘>는 흥행 성공에 초점을 두었기에 개인적으로 아쉬운 작품입니다.



 
개신교의 나라 미국은 청교도가 건국의 주체이기 때문에 오컬트 영화는 할리우드가 아닌 종교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웠던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주로 만들어졌고 이후 역대 최고의 오컬트 영화로 불리는 로만 폴란스키의 걸작 <악마의 씨>가 미국을 뒤흔들게 되고


<오멘>과 같은 작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로만 폴란스키의 다양성을 쫓아가지 못한 채 단순한 선과 악의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할리우드 오컬트 영화 제작 유행은 1981년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포제션>의 등장과 함께 카운터 펀치를 맞게 됩니다.


감독은 악마에 빙의되어서 각본을 쓰고, 마약에 취한 상태로 연출했으며 배우들도 하나같이 뭔가에 홀려버린 것처럼 연기했는데

 

주연 배우 이자벨 아자니와 샘 닐은 <포제션>의 촬영 현장은 악몽과도 같았다고 회고했으며 파격과 충격의 연기를 보여준 이자벨 아자니에게 칸 영화제는 여우주연상을 안겨줍니다.



 
<포제션>이 세상을 뒤짚어 놓은 후부터 할리우드는 기존의 선과 악의 단순 구조에서 벗어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갖춘 오컬트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영화 <엔젤 하트>도 바로 그런 시기에 제작된 오컬트 영화입니다.

역대급 오컬트 영화들


이자벨 아자니가 사람을 질겁하게 하는 명연기를 펼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처럼 <엔젤 하트> 스태프와 배우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와 사건의 연속과 후유증으로 정신과에 들락거리는 일이 빈번했고

 

감독과 배우의 갈등, 배우와 배우의 갈등도 심했는데 특히 촬영 현장에서 촉발된 미키 루크와 로버트 드 니로의 갈등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촬영 과정의 가혹함은 영화 자체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꽤나 광기 어린 연기, 폭력, 정사 장면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영화는 X등급을 받았는데 알란 파커는 영화를 R등급으로 돌리기 위해 많은 장면을 삭제해야 했으며, 이를 두고 '이런 제재가 바로 폭력이다'라고 노여워했습니다.



 
<엔젤 하트>는 할리우드는 오컬트 영화를 우후죽순 쏟아내며 오컬트를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장르 중 하나로 변모시킨 작품으로 여겨지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이 영화의 몇장면에 대한 표절이나 오마주냐 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엔젤 하트> 최고의 명장면 1
 
극중 루이스 사이퍼가 긴 손톱으로 삶은 달걀 껍질을 까면서 "어떤 종교에서 말하기를, 달걀은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하면서 삶은 달걀을 먹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엔젤 하트> 최고의 명장면 2
 
<엔젤 하트>의 결말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최악의 결말'중에 하나로 손꼽힙니다.

 

 

 

<엔젤 하트>는 겉보기에는 전통적인 탐정물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정체성, 죄의식, 무의식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심리 스릴러이자 오컬트적 우화입니다.

 

그 안에는 신화, 종교, 철학, 심리학이 얽힌 다층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존재하며, 그 미로 같은 구조는 한 번의 감상으로는 다 담기 어려운 밀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스스로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자신이 악마와 거래한 죄인임을 깨닫게 되는 한 인간의 비극을, 신화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톤으로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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