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서의 7년> 영화로 그려낸 20세기 가장 위대한 기행 문학의 고전
티벳에서의 7년 Seven Years in Tibet , 1997 제작
미국 | 어드벤처 외 | 1997.12.20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39분
감독 장 자크 아노
출연 브래드 피트, 데이빗 듈리스, 비디 웡, 마코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감동 드라마 <베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을 영상화한 로맨스 드라마 <연인> 등을 연출한 프랑스의 거장 장 자크 아노의 8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가을의 전설>의 할리우드 슈퍼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프랑스 출신 촬영감독 로베르 프레스가 담아낸 티베트의 아름다운 풍경과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합쳐진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명작 전쟁 드라마입니다.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의 최고봉 중의 하나인 낭가 빠르바트로의 원정을 떠난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브래드 피트). 강인함과 냉철함, 그리고 이기적인 성격의 하인리히는 혹한의 산정에서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이것은 그의 험난하고 기나긴 여행의 시작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영국군 포로수용소 생활, 그리고 죽음을 건 탈출. 귀향을 위해 다시 한번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히말라야에서의 사투. 그리고 티벳의 라사라는 금단의 도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어느날, 낯선땅 티벳의 이방인이 된 하인리히. 티벳의 모든 국민에게 추앙받는 종교적, 영적 지도자인 13세 어린 나이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뀐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게 서방 세계의 문명을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후, 험청난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처한 티벳에서 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는데...
한 오스트리아의 등반가이자 작가이자 독일 나치 친위대이기도 했던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1912~2006))가 1952년 발표한 동명의 회고록을 토대로 했는데
이 책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기행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며 1944년부터 1951년까지 7년 동안 티베트에서 경험한 내용을 책에 담았습니다.
하러는 히말라야 원정 중 전쟁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해 티벳으로 넘어가며, 라싸에서 어린 달라이 라마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고 그가 겪는 내면의 변화와 더불어, 1950년 중국의 티벳 침공 직전의 역사적 상황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 주인공 하러(브래드 피트)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며 시작됩니다.
세계 정상급 산악인이자 나르시시스트였던 하러는 전쟁을 계기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며, 점차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러한 성격 변화는 영화 전반의 주요 테마인 ‘자기성찰과 성장’을 이끄는 동력입니다.
라싸에서 만나는 14세 달라이 라마와의 우정은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 동서양의 문명 충돌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어린 달라이 라마를 연기한 자말 지앙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에게 신비롭고도 순수한 카리스마를 전달합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은 티벳 고원의 웅장한 자연과 고요한 사원 내부를 극적인 대비로 담아내며, 시각적 서정미를 극대화합니다.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대한 ‘영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영화 음악은 티벳 전통악기와 서양의 오케스트라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양시킵니다. 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메시지를 음악적으로도 구현한 요소라 볼 수 있습니다.
<티벳에서의 7년> OST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스코어에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에 참여한 OST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티벳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Main Theme'
하러는 달라이 라마와 만나면서 인생관이 바뀌기 시작하고 영적인 성숙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물질적인 삶이 얼마나 부질없고 덧없는 것인지 깨닫고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달라이 라마에게 서방의 문명을 알려 주고 우정을 나누며 점점 가까워지고 어린 달라이 라마이지만 그가 자신의 진정한 스승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랜 불교 역사를 지니고 있는 티베트의 경건함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이기적인 문명속에서도 순수함을 잊지않고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사람이 살아가는데에 있어 문명의 편안함 보다는 인간적인 삶과 행복에 대한 의문을 들게 만들며 영화가 담아냈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실제 하러보다 더 이상화된 인물로 표현되었지만, 그의 내면 변화는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초반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에서 점차 겸허해지고, 달라이 라마와의 교류를 통해 영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안정감 있게 묘사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와의 장면들은 매우 섬세하고 인상적입니다. 단순한 사제 관계를 넘어, 서로의 세계를 배워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문화적 교류와 존중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전에 걸어왔던 물질적인 삶과 사고관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성숙하지고 진정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연기함으로써
비주얼 배우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으면서 고립되어 있는 나라 티베트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중 하나이며 1950년 10월 티베트에 4만명에 달하는 중공군이 몰려들고 티베트의 정부는 UN에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지만 참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완전 점령당하게 됩니다.
영화는 겉으로는 한 인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티벳의 역사적 비극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티벳은 중국의 침공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티벳 독립 문제 및 인권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다만 영화는 이러한 정치적 갈등을 명확히 비판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로 인해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현실 도피적이거나 이상화된 시선으로 비칠 수 있으며, 실제 하러가 나치당원이었던 점 등을 생략한 부분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를 점령하고 있는 독일, 인도를 점령하고 있는 영국, 그리고 티벳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복잡한 제국주의적 배경 속에서, 하인리히는 티벳 국민들에게 추앙받는 종교적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교감하고 우정을 쌓아가며 성숙해져 갑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성장 서사를 넘어, 베일에 가려져 있던 티벳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픈 역사와 현실을 투영하는 영화 예술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티벳에서의 7년> 최고의 명장면
인생에 있어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행은 곧 자신을 발견해가는 모험 속에 있다.
<티벳에서의 7년>은 단순한 감동 실화 이상입니다.
이는 한 인간의 영적 성장 이야기이자,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접점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교류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철학적 깊이를 갖춘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가 선택적으로 묘사한 역사적 사실과 인물의 과거는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동 뒤에 감춰진 진실까지도 함께 이해한다면, 이 영화는 더 깊고 복합적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