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카사블랑카 Casablanca , 1942 제작
미국 | 로맨스/멜로 외 | 2022.10.26 (재) | 12세이상 관람가 | 102분
감독 마이클 커티즈
출연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폴 헌레이드, 클로드 레인즈
<카사블랑카>는 <로빈 후드의 모험>의 마이클 커티즈가 연출,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배우중 하나인 험프리 보가트와 할리우드 황금기 최고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사 역대 최고의 로맨스 영화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럽 사람들은 자유의 땅인 미국으로 가려고 리스본에 가려고 하나 스페인이 막혀 있어 지중해와 아프리카의 오란을 거쳐 카사블랑카에 오게 된다. 그러나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비자(통행증)를 얻어 리스본으로 향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을 탕진하여 카사블랑카에 머물게 된다.
한편 주인공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 분)은 카사블랑카에서 "릭의 카페 아메리카"란 술집을 운영하는데, 그에게 통행증이 한 개 이상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서 통행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던 어느 날 반나치의 리더인 라즐로(폴 헨레이드 분)와 그의 아내 일자(잉그리드 버그만 분)가 릭의 술집으로 찾아온다. 이들 부부 역시 릭에게 통행증을 부탁하러 온 참이었는데, 일자는 릭이 파리에 살던 시절 릭과 연인관계였던 여인이었다. 릭은 독일군이 쳐들어오자 일자와 함께 도망치려고 했으나 일자는 약속장소에 편지 한 통만을 남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일자와 공교로운 재회를 하게 된 릭은 혼란스러워하는데….
시대의 운명과 개인의 사랑이 교차하는 영원한 고전
<카사블랑카>는 명확히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 혼성(mixed genre)의 결정체입니다.
로맨스: 릭과 일자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희생을 통한 고결함이라는 고전적 서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전쟁 드라마: 나치의 위협과 레지스탕스 운동은 전시 프로파간다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단순한 이분법으로 흐르지 않는 윤리적 복잡성을 내포합니다.
느와르 요소: 어두운 조명, 숙명론적 인물관, 냉소주의적 주인공 릭은 필름 느와르의 전형적 특질을 선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장르적 요소들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영화는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메타포이자 도덕적 우화로 확장됩니다.
이처럼 <카사블랑카>는 단순한 흑백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서사 전통의 정점이자, 인간성과 시대의 윤리적 긴장을 품은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냉소와 이상, 사랑과 대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 구조는 이후 수많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고전 헐리우드 시스템 내에서도 극도로 정교한 시청각 균형을 보여주는 연출로 평가받습니다.
카메라워크: 릭과 일자의 재회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트래킹 샷과 소프트 포커스를 통해 과거의 로맨스를 시각적으로 재현합니다.
명암 대비 조명(Chiaroscuro)은 느와르적 분위기를 배가시키며, 등장인물의 윤리적 이중성과 갈등을 시각화합니다.
클로즈업의 사용: 릭의 표정 변화나 일자의 눈동자 등을 반복적으로 포착함으로써, 인물의 내면 변화를 서사보다 먼저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카사블랑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음악은 샘(Dooley Wilson)이 부른 "As Time Goes By"입니다.
이 곡은 단순한 삽입곡을 넘어, 릭과 일자의 과거 회상,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향수, 지나간 사랑의 무상함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키며, 감정적 앵커(anchor) 역할을 합니다.
'As Time Goes By'는 1999년 이후 워너 브라더스의 상징이 되었으며, 1998년 75주년 기념 영상에서도 이 노래의 이름이 언급되었습니다.
<카사블랑카> OST
'As Time Goes By' by Sam (Dooley Wilson)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릭은 미국 고전영화사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아이코닉한 인물 중 하나입니다.
외견상으로는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냉소적이고 탈정치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내면에는 도덕적 양심, 고통스러운 기억, 이상주의적 기질이 숨어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릭은 결국 사랑보다 더 큰 이상을 선택함으로써, 관객에게 자기희생의 가치를 낭만적, 정치적으로 동시에 설득하는 드라마틱한 인물 전환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스타인 험프리 보가트가 주인공 릭 역으로 나오고 이 작품은 험프리 보가트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캐릭터가 하드캐리하는데
지금과 같은 이 영화의 신화는 22년이 흐른 196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당시 미국의 젊은 영화광들에 의해 험프리 보가트에 대한 컬트 현상이 시작되면서, <카사블랑카>는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20세기 대중문화의 한 아이콘이 되어 수많은 보가트 숭배자들이 영화 속 그처럼 바바리코트 깃을 세운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카사블랑카>에서 릭이 뱉은 대사를 흉내 냈고 많은 영화와 연극에서 오마주되었습니다.
캐스팅 초기에 릭의 역할은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이 캐스팅될 뻔했지만 다행히 무산되고 험프리 보가트가 그 역을 맡았으며 개인적으로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릭은 영화 역사상 가장 멋진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연기한 일자 룬드는 영화 속 여성상으로 매우 복합적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릭)와 정치적 신념의 상징인 남편(라슬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자의 존재는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사적 감정과 공적 의무 간의 충돌을 상징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비극적 낭만은 영화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위 있는 이별"로 평가되며, 고전 멜로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불멸의 로맨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둘의 로맨스에 대한 전개와 개연성이 다소 아쉽지만 두 주인공의 엄청난 매력과 외모가 이를 가볍게 상쇄하고도 남으며 특히 세기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당대 뿐만 아니라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이 작품에서 뽐냈고
"Play it again, Sam"이라는 대사는 실제로 영화 속 대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곡과 영화의 정서적 유산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작 잉그리드 버그만에 따르면 상대역 험프리 보가트와 그 어떤 종류의 인간적 관계도 맺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보가트는 촬영 내내 자기 트레일러에만 처박혀 있었다고 합니다.
배경인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는 당대 국제정치의 중간지대(피난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적 충돌과 억압이 도사리는 장소입니다.
영화 속 카사블랑카는 마치 지옥문 앞의 정거장처럼,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유럽을 탈출하기 위한 중간지점이자, 정치적 신념이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영화 속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운명을 결정짓는 전환의 장(場)으로 기능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사블랑카는 아프리카의 북부 모로코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이고
영화 덕분에 유명한 관광지가 되엇는데 정작 영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진짜 카사블랑카에서는 영화 장면을 갖다붙인 카페가 한가득하다고 합니다.
1940년대 할리우드 시스템의 대량생산 체제 속에서 통속 애정물이자 전쟁을 독려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 영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제작 당시만 해도 스태프나 배우 그 어느 한 사람도 이 영화가 하나의 신화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942년 하반기에 잠깐 개봉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무기한 연기한 후, 카사블랑카에서 루스벨트와 처칠이 정상회담을 하자 1943년 1월 워너브라더스의 할리우드 극장에서 재개봉해 그때부터 엄청난 흥행이 시작되어
로맨스와 스릴러가 잘 결합된 탄탄한 스토리, 개성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명연기가 한데 어우러져 87만 8천 달러 제작비로 37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둠으로써 누구도 이 영화를 프로파간다 영화로 기억하지 않으며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거머쥐었고
1997년 미국 영화 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 2위, 2007년 3위로 재선정되었고 1989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미 국립영화등기부가 영구 보존하는 영화 등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미국 영화 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 참고
〈카사블랑카〉는 역사상 최고의 미국 영화 순위에서 항상 자리다툼을 해왔지만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워너브라더스 영화사가 〈모두가 릭의 가게로 온다〉라는 희곡의 판권을 사들였지만 영화적인 스토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하워드 코츠(Howard Koch)라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했고 촬영이 시작된 첫날 대본의 전반부 절반만 완성된 상태로 감독에게 넘겨졌고, 촬영하는 도중에 작가가 나머지를 완성해 그때그때 감독에게 대본을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카사블랑카> 최고의 명장면 1
"Here's looking at you, kid."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과의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로 이 대사의 경우 험프리 보가트의 애드리브이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고 멋지게 번역했으나 저 번역은 일본에서 수입했을 때의 일본어 자막 '君の瞳に乾杯'를 직역한 것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오래 전 영국의 선술집 관습에서 유래했는데 술을 마실 때 동석한 사람이 돈을 훔쳐갈까 걱정해야 했던 그 당시 사람들은 "허튼 짓 마라,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까(Here's looking at you)"라고 말하며 건배하곤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렇게 바라보고 있잖아." 로 번역되었습니다.
<카사블랑카> 최고의 명장면 2
<카사블랑카>는 "기억에 남는 멜로"를 넘어,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릭의 마지막 대사는 영화의 모든 주제를 압축한 명문장입니다:
“루이, 나는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이처럼 영화는 사랑의 끝에서 시작되는 더 큰 인간적 유대와 윤리적 성숙을 보여주며, 시대를 초월해 계속 이야기되는 영화적 이상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