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Monster, 2023
일본드라마 외 126분 12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3.11.29.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Gently devastating in its compassion, Monster is a masterpiece of shifting perspectives that surprises to the end.
동정심으로 관객의 마음에 부드럽게 충격을 주는 괴물은, 관점 변화를 통해 끝까지 놀라움을 안기는 걸작이다.
로튼 토마토 평론가 총평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잔잔하면서 섬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미, 사카모토 유지의 탄탄하고 치밀한 각본,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울어진 명작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괴물이 산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용기를 내 찾아간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한 날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하고.
“괴물은 누구인가?”
한편 사오리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데…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와 달리 인물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절제해서 드러내는 편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들은 여러 인물의 감정선을 다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의 영화를 평소에 즐겨 보는 관객이 아니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느린 분위기로 인해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며 의도적으로 작품의 진짜 핵심을 철저히 숨겨놓았기 때문에 정보 없이 관람할 경우 사람에 따라서 당황하거나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작 <세번째 살인>을 통해서 '사실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가져올 수 있다'라는 주제를 보여줬던 고레에다 히로카츠는 이 작품에서도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효과를 제대로 사용해 강렬하게 각인시켜줍니다.
도시에 대형 빌딩 화재가 발생한 날 저녁 호숫가에서 소방차를 바라보는 한 아이가 등장하고 이어서 이야기는 사오리, 호리 선생, 미나토 3명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그려지며 사건이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이 조금씩 비밀과 진실이 드러납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면이 섬세한 시와 깊은 연민, 그리고 뛰어난 기술로 표현된 <괴물>은 같은 사건을 세 명의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풀어가는 구조이기에, 앞선 시점에서 봤던 장면의 진실이 뒤에 가서 밝혀지는 미스터리적인 재미가 상당하며 관객이 각기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선입견과 편견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같은 시간대의 사건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서사 구조를 가진 일본 영화라는 특징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범죄 미스터리 시대극 <라쇼몽>을 연상하게 하며 사무라이, 그의 아내, 산적의 엇갈린 진술을 통해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영화속 문제의 시발점은 주인공 요리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남학생 무리와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입니다.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시청후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사오리의 시점과 해석
남편과 사별후 홀로 초등학생 아들 미나토를 키우고 있는 사오리는 빌딩에 화재가 일어난 날, 아파트 베란다에서 함께 불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나토가 이상한 질문을 합니다.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사오리가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자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이 그랬다고 대답합니다.
이날 이후 "괴물은 누구게?"를 외치고 있는 미나토의 이상한 행동을 보자 놀란 사오리가 아들을 붙들고 누가 그런 말을 했냐며 울면서 다그치자,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이라 대답합니다.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가 잘려진 머리카락, 사라진 신발 한 짝, 혼자 터널에서 "괴물은 누구게?"를 외치던 모습, 교실 난동 등 이상 행동을 보이자 점점 의심이 커지다가, 미나토의 증언을 듣고는 선생에게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 정신적인 문제가 왔다고 믿게 되지만 이는 모두 사오리가 자식인 미나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라는 편향된 관점으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드리지 못하고 오해한 것입니다.
거짓말하는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불륜을 저지르다 사고로 죽은 남편에 대한 용서, 불가능해 보이는 행복한 가정에 대한 바램을 보여주는 사오리는 부모로서, 아내로서 일반적인 인식에 대한 범주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호리 선생의 시점과 해석
신임교사 호리는 역 앞 빌딩에 화재가 발생한 날 그 근처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귀가하던 중 버릇없는 초등학생들이 놀리고 도망가는 수모를 겪습니다.
어느 날, 호리는 미나토가 난동을 피우는걸 말리다가 실수로 미나토의 코에 팔을 부딪히게 되고 이후, 사오리가 찾아와 호리 선생은 진실대로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교장은 무조건 사과를 하게 만듭니다.
호리는 평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요리가 갇힌 화장실 근처를 배회하는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힌 가해자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요리가 '호리 선생님이 미나토를 폭행했다'는 거짓 증언을 해버리고, 이 일이 커지자 호리는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못한 채 교사직을 사임합니다.
호리 선생도 사오리와 마찬가지로 미나토의 행동과 주위 증언을 토대로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 것으로 믿었지만, 미나토의 교실 난동 등 모두 오해한 것입니다.
둘 다 친구 같은 어머니이자 아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친절한 교사이지만, 사오리가 추궁하는 모습과 호리 선생이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모습은 어이들에게 적지않은 부담과 거리감을 만들어냈고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미나토와 요리에게 부정적인 압박을 주는 인물들로 묘사됩니다.
이렇게 두 인물은 관객이 누구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나토의 시점과 해석
빌딩에 화재가 발생한 저녁, 미나토는 같은 반 패거리 중 하나가 화재현장의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요리를 따라하자 전혀 안 닮았다고 혼잣말을 하고는 방에서 나갑니다.
그 후 어느날, 남자아이들 무리가 요리를 괴롭히자 미나토는 교실 뒤쪽의 행거를 뒤엎으며 물건을 던지고 난동을 피웠고 하교길에 신발을 도둑맞아 맨발로 걸어가는 요리에게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빌려주고 사과후 친해지게 되고 둘은 폐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폐기차를 둘만의 비밀 아지트로 삼고 놀게 됩니다.
어느 날 요리가 미나토에게 학교에서 죽은 고양이 시체를 보여주고 토치 라이터로 불을 지펴 화장해 주려는데 '지난번의 빌딩 화재를 네가 낸 것이냐, 아버지가 빌딩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어서 그런 거냐'고 묻는데, 요리는 '술 마시는 건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라며 에둘러 대답합니다.
학교에서 남학생들에게 이지메를 당하는 요리를 바라본 미나토는 남들에게는 평범하지만 요리와 미나토 이 둘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상이며 고통과 삶의 무게를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게 요리의 거짓되거나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개의치않고 요리와 동화되어갑니다.
동성애자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유심히 시청하는 미나토의 모습은 미나토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늬앙스를 심어주며 요리의 전학 소식을 들은 미나토는 떠나지 말아달라고 요리에게 매달리고, 요리는 그런 미나토를 조용히 끌어안아 주고 둘 사이에 한순간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되는데 미나토는 당황하며 요리를 밀쳐넘어뜨리고 달려 나가는 장면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해줍니다.
미나토가 어머니 사오리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는 아버지의 학대, 학교에서의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요리의 감정이 감수성이 예민한 미나토에게 그대로 적용되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무서워하게 되었고 그 무서움이 거짓말로 이어진 것입니다.
교장의 시점과 해석
영화속에서 교장이 미나토와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거짓말'때문입니다.
교장이 주차장에서 손녀딸을 차로 치어 죽인 것을 남편에게 뒤집어 씌운 행동은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잃고 싶지않은 '거짓말'이며 이러한 죄를 짓고 있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미나토를 추궁할 수 없으며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교장이 손녀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의 아픔으로 밤마다 다리위에 서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서 우연히 화재의 원인이 요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교장을 좋은 교육자이자 좋은 할머니였지만 이런 엄청난 사건의 주범이 되어 거짓말이라는 가면을 쓴채 살아가고 있으며 미나토의 거짓말과 요리의 방화를 알고 있는 유일한 어른이자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없는 또 하나의 괴물이 되어가는 것처럼 이끌지만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단죄를 받고 언제라도 죽고 싶은 자신과는 다르게 미나토와 요리가 상처와 아픔을 받지 않길 바라는 진정한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결말에 대한 해석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미나토는 요리의 집에 찾아가 욕조에 쓰러져 있는 요리를 발견해 깨운뒤 폐기차 아지트로 간 둘은, 세찬 폭풍우 소리 뒤로 울리는 소리를 듣고는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라며 즐거워합니다.
폭풍우가 그치고 쓰러진 전차 밑의 수로를 통해 밖으로 나온 미나토와 요리.
요리: "다시 태어난 걸까?"
(生まれ変わったのかな)
미나토: "(다시 태어나거나)그런 일은 없는 것 같아."
(そういうのはないと思うよ)
요리: "없다고?"
(ないか)
미나토: "응. 원래 그대로잖아."
(ないよ。もとのままだよ)
요리: "그렇구나. 다행이다!"
(そっか。良かった)
폭풍우의 흔적도 없이 맑게 개인 하늘과 빛나는 햇살 아래로 둘은 즐겁게 소리 지르면서 풀밭을 가로질러 뛰어가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결말이 현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해석이 나뉘며 호리 선생과 사오리가 객차 안을 찾을 때는 우의만 있고 아이들은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른 어딘가에서 생존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 마지막 장면에서 날씨가 화창한데도 호리 선생도 사오리도 구조 인원도 아무도 없다는 점, 극 중반에는 철교 앞이 철문으로 막혔는데 마지막에 아이들이 달려갈 때는 문이 없어진 채로 뚫려 있는 점 등이 요리와 미나토가 폭풍우 속에 죽었고 결말은 환상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해줍니다.
이것과 별개로 각본가는 둘의 생존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하며, 감독도 아역 배우들에게 살아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하라 주문했다고 합니다.
괴물은 누구인가?
일본판 포스터에는 '카이부츠 다-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이는 미나토와 요리가 했던 놀이로 '정체를 모르면 괴물, 정체를 맞추면 괴물이 아닌 것'이 됩니다.
미나토와 요리는 스스로를 자신들의 '정체'를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괴물'로 인식하게 되었고 사람들을 피해 숨는 괴물처럼 폐전철에 몸을 숨기고 거짓없는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만이 행복이라면 가정을 잃고 집착하는 사오리, 손녀딸을 잃고 고통받는 교장은 행복할 수 없는 누군가가 아니며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괴물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행복의 선상에 있고 어른들로부터 행복을 받을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밝은 빛속으로 달려갑니다.
<괴물>은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세상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한 두 소년이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퀴어,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한 위로를 줄 것이며, 이 영화는 생명을 살리는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극찬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퀴어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괴물> OST
사카모토 류이치가 2023년 3월 28일 암으로 사망함에 따라 <괴물>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그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생전 인터뷰에서 "음악으로 세상을 구할 순 없지만 어떤 음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화추천... 추억의 명화 리뷰 > 2000년 이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고요한 절망의 21세기 걸작 (1) | 2025.09.27 |
|---|---|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죽고싶다... 이대로 살아가야 하는걸까? (0) | 2025.09.26 |
| <서울의 봄> 파워게임과 조직장악의 절정 그리고 분노와 아픔이 가득한 한국 현대사의 봄(Bomb) (0) | 2025.09.25 |
| <이터널 선샤인> 감정의 복잡성, 기억의 왜곡, 사랑의 본질을 찾는 걸작 로맨스 멜로 (1) | 2025.08.24 |
| <나비효과> 작은 변화가 거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명작 심리 스릴러 (0) | 2025.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