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 1993 제작
미국 | 드라마 외 | 2019.01.24 (재) | 15세이상 관람가 (재) | 196분 (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캐롤라인 구달
인간의 생각과 변화에 대한 심층적 고찰을 역사적 사실속에 치환시켜 인종 차별, 인간의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 인류애와 자비를 갖게 된 한 사람이 수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듯이 한 편의 좋은 영화가 사회적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20세기 최고의 전쟁 걸작입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의 차원을 넘어서, 영화 매체가 윤리적·기억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이정표적인 작품입니다. 20세기 인류 최악의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하되, 그 속에서 태동하는 인간성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함으로써 역사와 감정, 형식과 윤리를 복합적으로 직조합니다. 결과적으로 <쉰들러 리스트>는 영화가 어떻게 ‘기억의 예술’이 될 수 있는지를 강변합니다.
시대와 맞선 위대한 용기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1939년, 독일에게 점령당한 폴란드의 한 도시. 독일인 사업가이자 냉정한 기회주의자인 오스카 쉰들러는 유태인이 경영하는 그릇 공장 인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는다. 인건비 없이 수백명의 유태인을 고용한 오스카 쉰들러는 우연히 유태인 회계사인 스턴과 가까워지고, 나치에 의해 참혹하게 학살되는 유태인들의 참혹한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서서히 그의 양심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마침내 강제 노동 수용소로부터 유태인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구해낼 유태인 명단이 적힌 쉰들러 리스트를 만드는데…
영화는 실제 인물인 오스카 쉰들러라는 독일계 사업가를 중심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하의 폴란드에서 약 1,100명의 유대인을 구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필버그가 이 극적인 서사를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연출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강한 정서적 울림을 획득했다는 사실입니다.
쉰들러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초기에는 기회주의적 자본가에 불과하며, 오히려 자기 이익을 위해 전쟁을 활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점진적인 도덕적 각성과 변화가 이 영화를 단순한 영웅 서사에서 탈피하게 만들고 그의 윤리적 전환은 선언이 아닌 축적된 행위의 결과이며, 이 지점에서 영화는 위선이 아닌 실천으로서의 윤리를 제시합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고,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대인이기에 유대인의 피해의식이라 반응하기도 하지만 유대인들의 피해를 다뤘다기보다는 휴머니즘과 나치의 폭력성에 더 중점을 두었고 영화속에서도 딱히 유대인들이 착하다거나 하는 묘사는 없으며 나치가 저지르는 온갖 만행들을 보여주며 주인공 쉰들러는 유대인들에게 사랑을 느꼈다기보다는, 나치에게 사악함을 느껴 엄청난 계획을 세우게되는 계기가 됩니다.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The Holocaust) 또는 쇼아(השואה)는 유대인의 절멸을 위해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주도하고 그 협력자들이 동참하여 벌인 조직적 집단살인로,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유대인 민간인과 포로들을 가스실, 총살, 강제 노동, 계획된 영양실조, 생체실험 등의 방법으로 학살한 사건을 의미하며 <쉰들러 리스트>의 제작자이자 영화 출연자인 브랑코 러스틱은 홀로코스트 실제 경험자이기도 합니다.
리암 니슨은 쉰들러의 다층적 심리를 설득력 있게 구현합니다.
그의 쉰들러는 선과 악 사이에 고정된 인물이 아닌, 시대적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실존을 체화한 존재입니다.
랄프 파인즈의 아몬 괴트는 영화사에 남을 가장 섬뜩한 악역 중 하나입니다.
괴트는 괴물적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 감춰진 잔혹함으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들며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작가인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벤 킹슬리는 쉰들러의 회계사이자 영화의 도덕적 중심축인 이작 스턴을 내면적으로 조율하며, 감정과 이성이 교차하는 인간상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쉰들러 리스트>의 거의 모든 장면은 흑백으로 촬영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과거 회상의 기법을 넘어서 기억의 절제, 감정의 거리두기, 그리고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총 다섯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백이며 영화 시작부분에서 나오는 유대교 예배, 후반부에 나오는 쉰들러 묘소 참배 장면, 그리고 쉰들러가 안식일(토요일) 유대교 예배를 허용할 때 나오는 촛불, 그리고 가장 유명한 장면인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아이까지 이렇게 다섯 장면입니다.
그 가운데 단 하나의 색채인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이미지이며 소녀가 결국 희생당하는 장면은 죽음을 뜻하는 흑백의 화면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빨간색은 피어오르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구체적인 인물이자, 동시에 희생당한 무고한 생명의 총체적 은유이며, 관객의 시선을 역사적 현실에서 도덕적 질문으로 이끄는 ‘감정적 촉발 장치’입니다. 이 장면에서 스필버그는 영화가 언제, 어떻게 윤리적으로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제목 <쉰들러 리스트>는 주인공 쉰들러가 유대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서 작성했다는 명단 아홉 개에서 따왔고, 자기 이익을 위해 유대인들을 고용한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1,100여 명의 유대인들을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원작은 호주 작가 토머스 케닐리(Thomas Keneally)의 쉰들러의 방주(Schindler's Ark)입니다.
실제로 쉰들러가 구해낸 유대인들을 통칭하는 '쉰들러 유대인(Schindlerjuden)' 중 한 사람이었던 레오폴드 페퍼버그가 토머스 케닐리에게 쉰들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소설은 1982년 출간되었는데 큰 감명을 받은 스필버그가 1983년에 바로 유니버설을 통해 판권을 사들였고, 페퍼버그를 직접 만나 10년 후에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1993년에 개봉했는데 독일에서는 개봉 첫날 표가 매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차음에 스필버그는 감독직에는 아무래도 부담감을 느꼈는지 마틴 스콜세지에게 연출을 맡기려고 했는데, 이탈리아계인 자신보다 유대계 감독이 연출해야 할 프로젝트라며 거절, 실제 홀로코스트 피해자 유족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했지만, "내게는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며 객관적인 연출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두번째 거절, 마지막으로 유대계인 빌리 와일더 감독을 찾아갔지만 와일더는 스필버그 감독에게 직접 메가폰을 잡으라고 독려했고 결국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하게 됩니다.
스필버그 감독 본인이 촬영 기간 내내 심각한 멘붕을 겪었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사건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고 어렸을 때부터 시달려온 유대인으로서의 위치와 정체성 문제가 겹치면서 이성을 유지한 상태로 영화를 찍을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는데 아내 케이트 캡쇼와 그의 절친 로빈 윌리엄스가 촬영내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면서 완성하게 됩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가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속에서 제작비의 10배를 거둬들였을 뿐만 아니라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편집상, 촬영상, 미술상을 수상함으로써 스필버그에게 오스카를 안겨준 첫번째 영화가 되었으며 이 작품을 통해서 그전까지 상업 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거론되기 시작합니다.
배급사 유니버설은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를 제작하는 조건으로 <쥬라기 공원>부터 먼저 끝내라는 것이었는데 위에 일화들과 <쉰들러 리스트> 이후 스필버그의 영화적 장르가 상당히 바뀐 것을 생각해보면 배급사가 옳은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로 출연했던 폴란드 국적의 배우 올리비아 다브로브스카는 영화 출연 당시 3살이었는데 29년이 지난 2022년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단지 영화적 완성도를 넘어, 기억을 교육하고 윤리를 일깨우는 공공적 도구로서 기능해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다수 교육기관에서는 이 작품을 홀로코스트 교육의 필수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영화가 ‘윤리적 기억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쉰들러 리스트> 오프닝 장면
첫 장면이 컬러로 진행되다가 흑백으로 바뀌며 본 내용이 시작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시점이 현재로 바뀌며 다시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기법도 관객에게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이며 이렇게 중요한 흑백 영상을 함께 만들어낸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Janusz Kamiński)는 이후 나온 스필버그의 모든 영화의 촬영감독을 맡고있으며 <쉰들러 리스트>에 이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오스카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OST
이 영화도 스필버그의 많은 작품들처럼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이작 펄만이 연주한 메인 테마가 매우 유명하며 윌리엄스도 이 음악을 다른 OST와 합쳐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만들었습니다.
John Williams: Schindler´s List Theme - Itzhak Perlman
<쉰들러 리스트> 최고의 명장면 1
나치 군인들이 MP40으로 겨우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모조리 난사하는 살육의 현장에서 동시에 독일군 장교가 아무 감정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바흐의 영국 모음곡 2번 전주곡을 연주하는 아이러니컬한 장면은 피도 눈물도 없는 나치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쉰들러 리스트> 최고의 명장면 2
"He Who Saves One Life Saves the World Entire"
'한 사람을 구함은 세상 모두를 구함이다'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있는 탈무드의 오랜 격언입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영화가 감동을 넘어 인류 보편의 질문과 대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는 단지 과거를 묻는 질문이 아니며 그것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폭력, 무관심, 혐오의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인간성과 윤리가 격돌했던 한 시대에 대한 경의이자, 영화라는 예술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의 윤리적 책무에 대한 증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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