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 2000 제작
미국 | 드라마 | 2000.05.04 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132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줄리아 로버츠, 알버트 피니, 아론 에크하트, 마그 헬젠버거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컨테이젼>의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 전작 <노팅 힐>로 할리우드 탑스타로서 면모를 과시했고 이 작품으로 일생 일대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줄리아 로버츠가 원맨쇼를 선보인 뛰어난 연출과 탄탄한 구성, 배우들의 맛깔나는 케미, 실화라는 사실이 어느덧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보게 되는 유쾌함과 통쾌함을 가득 담은 명작 드라마입니다.
사회비판 장르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러 스티븐 소더버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운 성공담을 따르면서 대기업의 횡포와 변호사들의 혀에 놀아나는 소시민의 분통함을 온갖 악조건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통념까지 무시하는 유머러스하고 당당한 한 아줌마가 통쾌하게 벌이는 성공담을 만들어냈고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스크린을 통해서 신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혼을 두 번 당하고 아이 셋을 혼자서 키우고 있는 실직 여성 에린 브로코비치는 차 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자신의 차를 친 의사와의 법적 분쟁에서 패소하게 된다.
에린은 자신의 변호사 에드에게 그의 회사에게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서류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PG&E와 관련된 의료 기록을 조사하던중
"물이 오염됐음! 주민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할 것! PG&E본사가 내린 명령임! "
라고 씌어있는 결정적인 회사기밀서류가 증거로 입수되고
에린은 PG&E가 힝클리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한 것과는 달리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PG&E로 인해 힝클리의 물이 오염되었다고 결론을 내린 다음 에드와 함께 이 사건에 관한 자료와 피해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한 여성이 정의를 위해 세상과 싸운 실화의 힘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에 놀라고 그걸 이끌어낸 주인공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정적으로 불운했던 '아무런 대책없는 여자'가 자신 조차도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 가치에 의구심을 품지만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약자들을 위해 달릴 수 밖에 없었던 에린 브로코비치로부터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며 정말 진심을 다하여 일과 사건에 임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소더버그의 리얼리즘 카메라와 간결한 자연광 연출, 그리고 현장감 있는 음향 디자인은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도록 영화의 밀도를 높입니다.
편집은 전체적으로 리듬감 있게 전개되며, 정보의 과잉 없이도 핵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 에린 브로코비치가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다큐멘터리적 재현이 아닌 강한 서사적 구조와 인물 중심의 드라마적 감정선을 구축합니다.
각본가 수잔나 그랜트는 실화의 맥락을 유지하되, 에린의 개인 서사와 사회적 갈등을 유기적으로 엮어냅니다.
실제 사건의 복잡한 법률적 맥락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적 구조로 단순화하면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단지 ‘사건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바꾸고, 또 사회를 바꾸었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헐리우드 영화 속 여성 주인공들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납니다.
섹시한 외모와 저소득, 비학력, 싱글맘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지만, 그녀는 뛰어난 공감력, 집요한 자료조사, 인간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전문가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해냅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 역할을 통해 단지 감정적인 연기가 아닌, 정서적 확신과 분노, 유머와 카리스마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냈습니다.
“이 옷이 불쾌하신가요? 그럼 제 능력을 보시죠.”
에린은 외모나 성적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바꿉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매우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설교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거대 기업의 환경 범죄, 주민들의 고통, 미국 자본주의의 무책임함 등 무거운 주제를 유머, 감정선, 속도감 있는 편집과 함께 조화롭게 녹여냈습니다.
이것은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뛰어난 연출 역량에 기인합니다. 그는 <트래픽>,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등에서도 보여줬듯, 사회구조와 개인의 교차점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감독입니다.
영화는 단지 드라마에 머무르지 않고, 매우 구체적인 환경 오염 실태와 법적 책임을 조명합니다.
6가 크롬(Chromium-6)은 실제로도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으로, PG&E는 수십 년간 이를 은폐하며 주민 건강을 방치했습니다.
에린은 법률가가 아니지만, 이 사실을 밝혀내고 변호사를 설득해 1,000명 이상의 피해자들을 대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미국 사법제도의 한계와 기업의 로비, 문서 조작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환경 영화로서의 교육적 가치까지 부여하며, 헐리우드 영화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줄리아 로버츠보다 에린의 역할에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리아 로버츠는 완벽하게 에린의 역할을 소화해 내었는데
이혼 경력 두 번에 아이는 셋이나 딸렸고, 수중에 지닌 돈이라고는 16달러가 고작인 지적이지도 않으며, 전형적인 모범적 규격에서 벗어난 외모와 옷차림, 억척스러움과 뻔뻔함, 그리고
험한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이 우악스런 아줌마를 미워할 수 없고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한 존재로 만들어놓았으며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몸값을 받았던 슈퍼스타 줄리아 로버츠는 이 작품을 통해서 '로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뛰어넘어 연기력도 뛰어난 배우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처음으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조연인 알버트 피니(에드 변호사 역) 또한 냉소와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존재로서 서사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에린과의 티격태격 케미가 인상적이며
실제 인물들이 잠깐카메오로 등장하는데 영화속 에린이 아이들과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장면에서 주문받은 여종업원이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이고
줄리아 로버츠 뒤쪽에 앉아있는 노인이 에드 변호사입니다.
영화 제작비가 5천만 달러였는데 이중 줄리아 로버츠의 출연료가 2천만 달러였고 제작비의 40%가 넘는 여배우의 출연료 때문에 영화제작 당시 말이 많았는데 개봉 첫 주만에 2천만 달러를 훌쩍 넘어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흥행에 대성공했고 줄리아 로버츠의 출연 우려는 신의 축복으로 바뀌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에린 브로코비치역을 거절하면 샤론 스톤에게 배역이 돌아갈뻔했는데 다행히 줄리아가 승낙하는 바람에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가 무척 기뻐했다고 합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 작품에서 무려 52번이나 의상을 갈아입었는데 에린 브로코비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90퍼센트 이상의 의상을 새로 디자인하고 맞추어야만 했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타이트한 옷차림에 뾰족한 10센티미터 하이힐, 가슴을 강조하는 푸시업 브래지어로 대표되는 에린의 옷은 노출은 심하고 자극적이지만, 결코 천박해 보이지는 않으며 강렬한 이미지가 남게 됩니다.
몸매를 그대로 보여주는 원피스와 깊이 파인 목선, 소매 없는 가죽 상의와 짧은 미니스커트, 짙은 색 브래지어가 그대로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 데님 재킷과 콜셋 상의 등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커다란 링 귀걸이, 골드 체인벨트, 플라스틱 시계와 이름을 상징하는 알파벳 ‘E’목걸이까지 그녀의 액세서리 또한 멋진 토탈 패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 인물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Erin Pattee)는 1960년생으로 미국의 법률 종사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환경운동가이자 브로코비치 리서치 앤 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역임 중이며 1952년~1966년 미국 에너지 기업 PG&E회사가 중금속으로 오염된 폐수를 캘리포니아 힝클리지역에 흘려보내 오염시킨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1993년에 시작된 이소송은 3년간의 해당회사와 끈질긴 싸움 끝에 합의를 끌어내 1996년 당시 미국역사상 최고금액인 3억 3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고 소송의 승리로 인해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배상금의 40%인 1억 3천360만 달러의 수임료를 받았고 이 중 에린에게 2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 사무실의 여직원이 아닌 변호사에 도전한 에린은 자신만의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극적인 이야기를 판권으로 산 할리우드는 그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현재 힝클리 마을은 사라졌는데 PG&E는 힝클리의 모든 주택을 사들이고 불도저로 밀어버렸지만 사막이 된 지금 여전히 땅속은 독성물질이 묵혀있다고 합니다.
<에린 브로코비치> OST
'Everyday Is A Winding Road' by Sheryl crow
<에린 브로코비치> 최고의 명장면 1
<에린 브로코비치> 최고의 명장면 2
<에린 브로코비치> 최고의 명장면 3
<에린 브로코비치>는 법조인도, 정치인도 아닌 ‘보통 여성’이 세상을 바꾸는 서사를 보여주는 드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인물 중심의 서사를 놓치지 않는, 매우 정제되고 균형 잡힌 휴먼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 자격은 필요하지 않다. 용기와 집념이면 충분하다."
줄리아 로버츠의 매혹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연기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주제의식, 그리고 대중성과 비판의식이 공존하는 드문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영화적 교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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